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모차르트!’의 첫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커튼콜. 주인공 모차르트 역의 김준수가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관객에게 인사를 전했다.
“저는 ‘모차르트!’의 10주년 무대에 서 있습니다. 저의 뮤지컬 데뷔 10주년이기도 합니다.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마지막 공연까지 안심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스태프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준수와 함께 무대에 나온 배우들도 벅찬 모습이었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역을 맡은 김소향과 누나 난넬 역을 맡은 배다해의 울음이 터지자 관객들도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이어 앵콜곡으로 ‘황금별’이 울려 퍼졌다’
지난 2010년 한국 초연 이후 이 작품의 앵콜곡은 음악가 모차르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는 나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우화적으로 빗댄 ‘황금별’로 바꿨다. 왕이 아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성벽을 높이고 문도 닫았지만, 왕자에게 사랑과 자유를 찾으려면 용기를 가지고 세상으로 떠나야 한다고 권하는 내용이다.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모차르트’가 한 차례 개막 연기 등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리게 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삶을 다룬 ‘모차르트!’는 뮤지컬 한류를 일으킨 작품이다.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 탓에 활동이 중단됐는데, 이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 당시 김준수를 보기 위해 아시아 각국에서 관객들이 오면서 한국 뮤지컬이 일본, 중국 등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이 됐다.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연출을 맡은 올해 10주년 버전은 앞서 유희성, 오스몬드, 고이케 슈이치로 등이 연출했던 버전의 장점을 골고루 받아들인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모차르트!’의 개막과 흥행 여부는 공연 산업의 이정표로 여겨졌다. ‘모차르트!’의 배우와 스태프는 공연계의 전례없는 위기 속에 자발적으로 개런티 일부를 삭감했을 정도다. 공연계의 뜨거운 응원 속에 이날 공연이 무사히 올라가자 그동안 마음을 졸여온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들과 세종문화회관 직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EMK과 ‘모차르트!’를 공동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의 김성규 사장은 “우리가 공연을 안 하면 공연 산업이 다 무너질 것 같았다”며 “그리고 ‘모차르트’를 통해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14일까지 예정됐던 수도권 지역 공공시설 운영 중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고 국립극단, 국립극장 등 국공립 극장과 예술단체는 예정됐던 공연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중계로 바꿨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취소되지 않았다. 대신 세종문화회관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QR 코드 통한 문진표 작성 ‘K-방역’을 총 동원했다.
다만 ‘모차르트!’는 민간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내 객석 거리두기인 ‘지그재그 좌석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객석 거리두기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 공연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철저한 방역을 통해 관객들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