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대학가 등록금 환불 깊은 고민

입력 2020-06-18 04:04

광주·전남지역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감면·환불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건국대가 지난 15일 올 2학기 등록금 일부를 대학 최초로 감면하겠다고 나선데다 지역 학생·학부모까지 일제히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각 사립대학에 따르면 등록금 2학기 감면 또는 1학기 환불을 결정한 이 지역 대학은 아직 없다. 하지만 국민정서를 감안해 어떤 형태로든 학생·학부모들과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3월 개강 때부터 등교수업 대신 비대면 온라인 강의만 받아온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광주·전남 15개 대학 총학생회는 “1학기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교내 공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시설적·행정적 서비스가 사라지는 등 학습권을 종전처럼 보장받지 못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재정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상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주거나 장학금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의 경우 지난 4월 24일부터 교수평의회와 민영돈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 등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코로나19 재해지원기금’ 1억6000여만원을 장학금으로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학교 수입이 예년에 비해 26억7000만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재정 압박이 만만치 않다.

다른 사립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대 이후 10년 가까이 동결된 등록금의 대폭적 감면·환불은 어렵지만 정부의 별도 지원방안 등 추이를 봐가며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혁신사업비 전용에 대한 교육부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