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듬성한 수풀 틈에서 날개 다친 새를 만났다
다리를 절룩이고 바닥을 기어가며 자주 이쪽을 돌아보았다
가만히 따라가지 않자 새가 나를 향해 웃었다
둥지와 새끼가 근처인가
마주친 시선을 황급히 내리깔고
어두운 땅굴 속을 파고들 때
불빛 비친 유리로 흩어진 깃털과 물결이 떠올라
휩쓸리는 수면 위에 갇힌 나를 밝혀놓는데
졸린 듯 감았던 눈을 다시 뜬다면
이미 날아가고 없는 빈 체온만 젖어 남아 있을지
흔들리는 물소리가 철컹철컹 흘러가는 동안에도
속은 것인지 모른 척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
채길우의 ‘매듭법’ 중
시인은 지하철에서 바닥을 기어가는 “앉은뱅이”를 바라보고 있다. 객차 안은 그가 등장하자 물가의 수풀로 변한다. “앉은뱅이”는 날개를 다친 새처럼 느껴진다. 열차가 달리면서 내는 “덜컹덜컹” 소리마저도 물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뿐이다. 시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고 졸린 듯 눈을 감아버릴까 고민할 뿐이다. 하지만 저런 고민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건 아닐 것이다. “지하철의 앉은뱅이”를 날개 다친 새라고 여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