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있는 초정약수는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대왕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세종은 지병인 안질(眼疾)을 고치기 위해 즉위 26년(1444년) 청주목 초수리(지금의 초정리)를 찾았다. 이곳에 행궁(왕이 본궁 밖으로 나가 머무는 임시 궁궐)을 짓고 121일간 머물며 초정약수로 눈병을 치료했다. 세종은 초정에서 치료만 한 게 아니었다. 당시는 훈민정음 반포(1446년)를 앞둔 상황으로 세종은 한글 창제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정행궁은 초정리 어딘가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훈민정음 반포 후 2년 뒤인 1448년 불이 나 사라졌다.
청주시는 이 일대를 관광 명소로 꾸미기 위해 국비 47억5000만원 등 165억원을 들여 세종대왕이 머물렀던 초정 행궁을 재현, 일부 시설을 오는 26일 개장한다. 전체 3만8006㎡ 부지에 초정행궁은 연면적 2055㎡ 규모에 달한다.
개장되는 시설은 세종대왕의 121일간 행차기록(세종실록)과 영상물 등을 전시하는 전시관, 독서당, 궁중 요리 등을 시식할 수 있는 수라간, 전통 찻집, 초정약수 체험관, 숙박시설인 한옥 체험관(12실) 등이다. 한옥체험관의 숙박료는 10만~20만원이다. 한옥 숙박 체험과 연계한 세종문화학교(한옥 스테이) 등은 2021년부터 운영된다. 시는 또 내년에 과학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교육관과 야외교육장, 침전·편전, 편종·태평소·해금 등을 연주해 볼 수 있는 왕자방, 어가전시와 체험, 한복대여 등이 가능한 기획관, 기념품 판매점을 개장한다.
시는 초정 행궁과 증평 좌구산 휴양림, 에듀팜 특구와 연계해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초정약수는 미국의 샤스터 광천, 독일의 아폴리나리스 광천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의 하나로 꼽힌다. 시 관계자는 17일 “한옥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초정행궁을 중부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