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창작진에게 ‘일상’인 연극을 지속하면서도 정부의 방역지침에 동참하는 방향은 무엇이 있을지 극단과 고민하는 과정에서 ‘스탠바이, 온 스테이지’ 형식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서울남산예술센터에 오르는 연극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을 담당한 박혜원 제작PD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도권 방역지침 강화로 공연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당일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공연을 올리는 ‘당일 연극’ 형식을 도입했다.
‘당일 연극’은 공연 기간 방역당국 오전 브리핑 결과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일 경우 오전 11시부터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오픈하고 그날 저녁 바로 무대를 올리는 방식이다. 배우와 창작진은 공연 상영을 가정하고 계속 연습을 진행하고, 확진자 감소세가 없으면 차선책으로 다음 달 5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대체한다.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모차르트’를 제외하고 국공립 극장은 방역조치 강화 이후 예정됐던 공연들을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소 2~3주가량의 연습 기간을 가지는 무대예술 특성상 공연이 취소됐을 때 배우와 창작진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미리 지출된 자금 회수가 어려운 것은 물론 연습과 무대준비 등에 투자된 시간도 간과할 수 없다. ‘당일 연극’ 형식은 연극인들이 창작을 지속하는 한 방편이지만 손해를 감수한 것이기도 하다. 대관료나 배우 개런티 등에 재정을 선지출해야 하는 제작진이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야 해서다. 남산예술센터 측은 “이번 공연은 극단 배우와 스태프의 마음이 모여 가능했던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