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특산품인 ‘대문어’는 30~50㎏까지 성장하며, ㎏당 4만~6만원에 거래된다. 최근 개체수가 급감해 식탁에서 귀한 수산물이 되고 있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 ‘갑오징어’ 또한 ‘금(金)징어’라 불린다. 어획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당 도매가가 1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같이 바다에서 직접 구하기 힘들어지는 수산물을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대안은 양식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갑오징어와 대문어 인공 생산의 실마리를 찾았다.
2023년 수산물 소비 중 62% ‘양식’
양식은 물고기, 해조류 등을 인공적으로 길러 번식하는 일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저렴한 가격에 수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어획량은 줄면서 양식은 부족한 수산물 생산량을 대체하고 있다. 어선어업 생산량은 2011년 84만3000t에서 지난해 57만9000t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양식업 생산량은 7만2000t에서 7만5000t으로 증가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미래 전망 보고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수산물 총 소비량 중 62%는 양식 생물로 대체될 예정이다.
양식 어종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크게 해조류, 패류, 어류, 갑각류, 내수면 등으로 나뉜다. 김, 미역, 다시마 등이 해조류 양식이며 굴, 새꼬막, 진주조개, 백합, 참전복 등을 패류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방어, 넙치, 농어, 참조기 등은 어류 양식이고 대하, 보리새우, 꽃게 등이 갑각류 양식에 포함된다. 내수면 양식은 연어, 잉어, 뱀장어, 참게, 무지개송어 등이다.
국민 횟감 ‘광어’ 떠오르는 강자 ‘전복’
다만 양식 어종 사이의 운명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양식 수산물은 넙치, 이른바 광어다. 다만 ‘국민 횟감’ 광어는 요즘 일인자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양식 어종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넙치는 2014년 4만7000t이 생산됐다. 하지만 국내외 소비자 선호도가 점차 광어에서 방어 또는 연어로 변하는 추세다. 주요 수출국인 일본에서도 연어 소비량 증가로 넙치 수출량이 감소하고 있다.
2018년 넙치 생산량은 4만2000t으로 소폭 감소했으면, 수출량도 2014년 2만5000t에서 2018년 6300t으로 줄었다.
광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도 맞아 눈물을 흘렸다. ‘자연산 광어’가 ‘양식 광어’보다 싼 웃지 못할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충남 서천, 보령 등 서해안 주요 포구의 자연산 광어 경매 시세는 ㎏당 평균 1만2000원 안팎에 형성됐다. 이는 제주도 및 전남 완도산 양식 광어 도매 시세가 5월 들어 ㎏당 2만원에 달한 것과 비교해 40%가량 저렴한 수준이었다. 자연산 광어 출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에 지역 축제 취소로 수요가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통상 5월에는 자연산 광어 물량 중 30%가량이 유통되는 서천 광어축제 등이 열리기 때문이다. 양식 광어 시세는 이달 1㎏은 1만6000원, 2㎏은 1만8000원, 3㎏ 이상은 2만원 선으로 다소 내려간 상태다.
반면 귀한 수산물인 전복은 식탁에 더 많이 오르고 있다. 2014년 9200t이던 전복 국내 생산량은 2018년 2만t까지 증가했다. 양식 시설 증가로 물량이 확대되고, 예년에 비해 태풍과 적조 피해가 적은 해황 호조로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 대한 수출도 2018년 2400t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다.
김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전 세계에서 김 생산량이 제일 많은 나라는 중국이며, 우리나라가 2위다. 특히 우리나라 김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국보다 경쟁력이 높다. 국내 김 생산량은 2014년 39만8000t에서 2018년 56만8000t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같은 기간 김 수출량은 1만6000t에서 2만2000t으로 증가했다. 이 외에 해삼, 민물장어, 참굴, 연어, 새우, 미역, 멍게 등도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로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양식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
양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생산에 한계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이 노동력이다. 어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 비중도 커지고 있다. 1967년 114만명이던 어가 인구수는 지난해 12만명까지 감소했다. 어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39.2%에 달했다.
또 양식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료 과다 공급으로 인한 오염과 불필요한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고수온, 적조 등에 의한 양식어 폐사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이에 양식업계에도 4차 산업혁명이 도입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연어 양식 하나로 연간 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거나 양식 기자재로 연간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4차 산업기술을 양식에 접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를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스마트양식에 필요한 4차 산업기술을 응용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10월 경남 하동의 숭어 가두리양식장에 이 기술을 접목해 국내 처음으로 소개했다. 수중카메라를 통해 멀리 떨어진 육지에서도 양식장 수중 속을 훤히 볼 수 있게 됐으며,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 물고기 크기와 중량 등 성장 상태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능형 자동 먹이공급 장치는 어군 탐지 영상을 이용해 물고기가 헤엄치는 패턴과 먹이활동을 시스템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사료의 공급과 중단을 결정한다.
수산과학원은 해상 스마트양식에 이어 지난해에는 경남 창원에 위치한 내수면양식연구센터 내에 육상 스마트양식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시험 운영 중이다. 육상 스마트양식 관리 시스템 역시 현장 적용 시험이 완료되면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