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후속 조치 예고… 장사정포 재배치시 수도권 큰 위협

입력 2020-06-17 04:01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된 16일 오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 폭발과 함께 흰 연기가 점점 커지면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왼쪽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사흘 전인 지난 13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붕괴를 공언한 지 단 사흘 만에 실행에 옮겼다. 자신들이 그동안 해왔던 대남 비난 발언들이 결코 빈말이 아니며 언제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연락사무소 철거와 함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이 조치들을 하나씩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파괴를 위해 세심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16일 오후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4층 건물인 연락사무소 1층 부근에서 연기와 섬광이 치솟더니 건물 전체가 3~4초 만에 완전히 주저앉아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접한 15층 규모의 종합지원센터도 유리로 된 벽면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종합지원센터가 의도적으로 파괴됐는지, 연락사무소 폭발 여파로 훼손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37초 분량인 이 영상은 우리 군의 CCTV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사무소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았다. 4·27 판문점선언 등 그간 도출됐던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성과를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혀 왔다. 북한이 폭파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연락사무소를 철거한 것은 더 이상 남북 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남 공세 초기부터 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언해 왔다. 김 제1부부장이 폭파 사흘 전인 지난 13일 밤 담화에서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게 결국 최후통첩이 됐다.

북한은 군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예고해둔 상태다.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북한군 총참모부는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됐던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고 대남전단도 뿌리는 등 대남 적대 행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총참모부는 어느 지역에 군대를 투입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개성공단 또는 금강산 지역이 대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은 개성공단 건립 이전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로 꼽혔던 곳이다. 문산을 거쳐 서울까지 최단 시간 내 도달할 수 있다.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일대에는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을 추진하던 당시엔 군부가 개성이 군사적 요충지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 착공 이후 이들 부대는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이동했다. 북한이 앞으로 방사포·전차부대를 개성 지역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도 이 지역에 군대를 다시 배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 개성에 장사정포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에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9·19 합의를 파기하고 남북 간 군사적 완충구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9·19 합의에 따라 이뤄졌던 감시초소(GP) 철수 조치를 철회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성은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