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진 정치지형과 코로나19, 긴박한 남북 관계 등 위기 상황임을 앞세워 21대 국회 단독 운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6개 상임위원장 선출 다음 날인 16일 법제사법위원회 등 3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일하는 국회에 동참하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과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배정을 “다수의 횡포”라고 맹비난하며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선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세상은 분명 달라졌다”며 “21대 일하는 국회 문은 활짝 열렸고, 통합당은 일하는 국회에 헌신할 기회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주 내 18개 전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3차 추경안 심사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 내정자 연석회의를 열고 상임위별로 추경 심사를 위한 활동에 착수키로 했다. 외교통일위·산업자원통상중소기업벤처위·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간사를 선임하고 업무 보고도 받았다. 국회가 정상 개원되지 못하면서 추경을 위한 시정연설도 못 한 상황이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17일 기획재정위원회에 불러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렇듯 3차 추경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예산결산특별위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라 논의 진행이 쉽지 않다. 예결특위위원장은 야당이 맡기로 잠정 합의했던 터라 이제 와서 뺏어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때 추경을 집행하려면 늦어도 19일까지 예결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통합당과 합의가 안 되면 민생 현장의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제1야당과의 합의 없이 강행된 국회 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은 이날 전원 사임계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25명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상임위원장 선출 취소를 요구했다.
다만 통합당은 민주당에 수적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악화일로 남북관계에 3차 추경안 심사 등 산적한 현안을 여당 맘대로 하게 둬선 안 된다는 우려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대응할 만한 수단이 없다.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나누는 민주당의 제안을 다시 받아들여야 할지도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
통합당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역풍 우려도 있는 장외투쟁은 벌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이라는 비판 여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키로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를 소집해 “의회 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민주당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는 데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합당은 당내 외교안보특별위원회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 관련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하며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견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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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김경택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