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6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상임위원회를 소집하며 반쪽짜리 국회를 열었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 파행 때문에 여야가 따로따로 대책 회의를 여는 촌극 같은 풍경도 빚어졌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하나같이 ‘초당적 협력’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외교통일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법제사법위 전체회의를 우선 열었다.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에 의해 강제로 상임위에 배분된 통합당 의원들은 전원 참석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국회 상황은 오후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두드러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합의가 안 된 상임위 배정과 일방적 회의 소집은 어떤 명분도 없다”며 산회를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이를 묵살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강행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롯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통일부의 행태를 작심하고 질타했다. 조금 뒤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뉴스가 회의장에 전달됐다.
질의 순서가 된 이재정 의원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김 장관은 “예고된 부분”이라며 “(국회에) 와 있는 상황 동안에 벌어졌으므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소식이 전해지고 20분 뒤에야 국회를 떠났다.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예고대로 한 것 같다”며 “(대)포로 폭파하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에 송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이 대포로 폭파하든 다이너마이트로 하든 대한민국의 재산에 대한 파괴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외통위 전체회의 직후 이해찬 대표가 주재하는 외통위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엄중함을 인식하고 당과 정부는 긴밀하게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 통합당은 국회에서 당 차원의 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를 따로 열었다.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통합당 의원들이 모여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우리 당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조태용 통합당 의원은 회의에서 “북한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총체적 파산 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17일로 예정된 국방위 전체회의를 취소했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과 군 간부가 국방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국방위는 이번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국방부와 군의 보고를 청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용현 이상헌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