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강도 높은 대남 비난 공세를 퍼붓는 배경으로 심각한 경제난이 거론되고 있다. 대북 제재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이중 쇼크’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올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6%로 전망됐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이 때문에 작금의 대내외적인 시위는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짙은 불확실성 탓에 북한 경제의 회복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신하 ‘피치솔루션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로 전망됐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성장률(-6.5%) 이후 2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올 초 전망치인 3.7%에서 10% 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충격파 탓이 크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북한의 대중무역 총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90.1% 감소한 2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90.3% 줄어든 221만 달러였고, 수입은 90.0% 감소한 2180만 달러였다. 북한의 교역 규모 가운데 대중무역 의존도는 90%를 넘는다. 사실상 올해 북한 경제에서 해외 교역은 중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경제연구센터 송재국 연구위원은 “북·중 무역 규모는 지난 3월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4월엔 전달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며 “북·중 간 무역이 현재로선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충격파는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 게재한 ‘2020년 북한 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경제 충격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던 1994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와 1994년 모두 수년에 걸친 ‘추세적 충격’으로 북한 경제에 피해가 누적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즉시적 충격’이 가해진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 경제의 추세적 충격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다. 대북 제재 영향으로 북·중 무역 규모는 2017년 49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7억8000만 달러로 46%나 급감했다.
‘즉시적 충격’으로는 코로나19 피해가 꼽힌다. 북한은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전면 차단하면서 북·중 무역에 치명타를 감수해야 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로 올해 세계에서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경제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 경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북한 경제에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가 지난 15일 발표한 ‘북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중 무역 감소는 외환보유액 감소에 이어 설비 및 원자재 수입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는 금속·화학·전력 등 대규모 국영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연구소는 “북한이 올해 제재 국면의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한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무역 급감으로 북한 경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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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