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독미군 9500명 감축… 獨만 얘기하는 거 아냐”

입력 2020-06-17 04:05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주독미군을 2만5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도된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계획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나는 많은 다른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뿐 아니라 주한미군 등 동맹국 주둔 미군 감축을 대선용 카드로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독일을 방어하고 있지만 독일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delinquent) 있다”면서 “그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2만5000명으로 (독일 주둔) 미군 수를 감축할 것”이라며 “그들(독일)이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군인들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감축할 미군 규모는 9500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독일 주둔 미군 규모는 현재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독일은 (주독미군이 주는 이익들을) 취하면서도, 무역에서는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무역에서 상처를 입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상처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독일은 계속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독일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리라고 압박했다. 독일은 2031년에 방위비를 2% 인상하겠다고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와 주독미군 감축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공식화가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과 미국의 나토 동맹국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 22명은 지난 9일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주독미군 감축을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독미군에 이어 주한미군이 감축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11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방위비 분담에 독일보다 적극적인 데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주한미군을 활용하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이 진행한 화상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집착이 동맹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지난 몇 주 동안 지켜본,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행동은 미국과 한국 사이가 얼마나 먼지를 보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일종의 ‘동맹에 대한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시기를 사실상 한국과의 관계 악화에 쓰고 있다”며 “특별히 주둔국의 미군 병력 지원에 대한 이(방위비) 현안에 관해 그렇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