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숲, 책향기… 쉼이 있는 길

입력 2020-06-17 22:32 수정 2020-06-17 22:35
가벼운 산책을 나서는 걷기 여행 길에 책과 동행하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서점이나 작가의 숨결이 깃든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스트레스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듯하다.

용인너울길 05코스 ‘민속촌너울길’

민속촌너울길의 ‘힐링’ 생태 숲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너울길은 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출발해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약 9㎞의 순환형 코스다. 천천히 걷는 평화로운 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용인너울길의 5코스인 민속촌너울길은 생태공원인 ‘구갈레스피아’를 가로지르고 있어 심신을 힐링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시작점인 민속촌입구삼거리에는 독립서점인 ‘희재서사’와 ‘반달서림’이 있다. 걷기 여행 시작 전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민속촌너울길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조선 전기의 정자인 사은정(용인 향토유적 제50호)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미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민속촌, 2008년 10월에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와 더불어 아름다운 숲길을 만날 수 있다.

봄내길 04코스 ‘의암호 나들길’

호수와 초록을 품은 의암호 나들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춘천시 ‘봄내길’의 봄내는 봄이 빨리 오는 강이라는 춘천의 순우리말로 총 8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그중 4코스인 의암호 나들길은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다. 상쾌한 바람을 따라 잔잔한 호수와 초록을 품은 숲, 그 뒤로 병풍처럼 능선이 이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춘천문학공원에서 춘천이 자랑하는 청년작가 김유정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를 볼 수 있다. 공원과 맞닿은 의암호의 절경도 ‘의암호 나들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다. 의암호 저편으로는 춘천의 명산 삼악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다. 강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풀 내음이 답답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제주 올레길 21코스(하도~종달 올레)

제주 올레길 하도~종달 코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를 한 바퀴 빙 도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세화해변을 마주한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종달까지 이어지는 제주 올레길 21코스는 제주 올레길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코스답게 제주도의 대표적인 매력을 한데 모아 이어놓은 듯한 길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풍경은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무암 등을 사용해 쌓은 밭담이다.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성벽 ‘별방진’에 오르면 하도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자아내는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제주 동부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미봉은 이 길의 하이라이트이다.

독립서점 ‘언제라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길에서 만나는 독립서점 ‘언제라도’는 옛 가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코스 종점 부근에서 운영 중인 ‘소심한책방’은 서가에 꽂힌 도서의 진열 이유를 담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남동 경의선숲길

서강대역 인근 경의선숲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마포구에 옛 기찻길을 걷어내고 경의선숲길(6.3㎞)이 2016년 만들어졌다. 홍제천부터 용산 문화체육센터까지 이어지는 공원 구간(4.4㎞)과 경의선 전철 및 공항철도 역사 구간(1.9㎞)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민들의 소중한 쉼터로 탈바꿈했다. 그 중 서천교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약 2㎞의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개성 있는 책방을 보물찾기하듯 구경하거나, 힘들면 벤치·잔디 위에 앉아 경의선숲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좋다.

책을 좋아하거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경의선 책거리를 걸어보자. 9개의 테마를 가진 책 부스,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거리 역’을 비롯해 조형물들이 많이 설치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대입구역 숲길 인근에는 개성 있는 독립서점이 많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서점 리스본 포르투’ 1·2호점, ‘책방곱셈’ ‘그림책학교’ ‘헬로 인디북스’ ‘사이에’ 등 독립서점에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을 찾아보는 책방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갈맷길 03코스 02구간

부산 ‘갈맷길’ 가운데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부산의 대표적인 의류, 한복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에서 시작해 산복도로를 따라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지나 영도까지 이어지는 제법 긴 코스로 중간 중간 바뀌는 부산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기자기한 산복도로에는 예쁜 골목길과 캐릭터가 그려진 가게들이 있어 가는 곳곳 사진을 찍는 것도 추천한다.

이 구간에는 다양한 시장이 있다. 큰 상가건물의 의류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 없는 게 없고 군것질거리가 많은 국제시장, 수산물 집합소인 자갈치시장, 건어물의 향이 골목에서 물씬 풍기는 남포동건어물시장까지 각각 독특한 매력이 있어 비교하며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다. 길 중간에는 책 향기가 물씬 풍기는 독립서점 ‘주책공사’가 있다. 커피 한잔 값에 책을 읽다 갈 수 있다. 작가들이 직접 남겨놓은 메모들이 책 앞에 붙어 있어 작가들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