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정에 세울 것인지 따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14명이 기소·불기소 여부를 표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이 사건 심의를 회피해 15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1명을 표결이 없는 임시 위원장으로 호선하게 된 데 따른 일이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기소·불기소를 둘러싼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7대 7로 팽팽하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심의위원 14명이 토론을 거쳐서도 과반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면 안건의 논의 결과는 없게 된다. 검찰 관계자들은 “그런 경우엔 검찰이 가부(可否) 동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수사심의위 결과가 없기 때문에 검찰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16일 대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의 이 부회장 기소 타당성 여부를 심의할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26일 그간 위원장 역할을 맡아온 양창수 전 대법관을 제외한 15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5명은 법학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직역별로 3~4명씩을 무작위 추첨하는 방식으로 꾸려지는데 이 가운데 1명이 양 전 대법관을 대신해 임시 위원장이 된다. 임시 위원장에게는 표결권이 없어 양측 진술을 듣고 상호 토론을 거쳐 실제로 표결에 참여하는 이는 14명이 되는 셈이다.
15명이 아닌 14명이 기소·불기소 의견을 최종 표출하는 일은 처음이다. 위원장이 사건 심의를 회피한 일이 앞선 8차례 심의에서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놓고 다수의견 없이 7대 7로 맞설 가능성도 생겼는데, 법조계는 이 경우 검찰이 종전 방침대로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본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해 열린 수사심의위이기 때문에 7대 7의 경우라면 ‘불기소 다수의견이 아니다’는 점이 강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의 이 부회장 수사를 바라보는 여론은 찬반양론이 맞서는 상황이다. 앞서 이번 사안을 수사심의위에 넘길 것인지 토론한 부의심의위원회에서도 시민위원들의 결론은 어느 한 편으로 쏠리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다수의견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하겠지만 의견이 팽팽하다면 최종적으로는 검찰의 내부 의견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양 전 대법관의 회피로 빚어진 이번 일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현재의 수사심의위 제도를 기획했던 법조계 인사들도 미리 고려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위원장의 회피도, 가부 동수가 가능해진 일도 모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양 전 대법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 가운데 1명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오랜 친분을 이유로 사건 심의를 회피했다. 최 전 실장과 양 위원장은 서울고 동창이다. 하지만 양 전 대법관은 그간 공정성 논란 근거로 제기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무죄 판결’이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인 사실 등에 대해서는 회피 사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26일 예정된 수사심의위에 이 부회장 본인이 나올 것인지도 관심이다. 앞선 8차례의 수사심의위 가운데 수사 대상이 당사자로서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전례는 1번 있었다. 이 당사자가 수사심의위에 출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