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군함도

입력 2020-06-17 04:05

일본 규슈 나가사키 반도에서 약 4.5㎞ 떨어진 해상에 하시마(端島)란 작은 섬이 있다. 남북으로 약 480m, 동서로 약 160m 크기로 면적은 서울 잠실야구장의 6배를 약간 넘는 정도다. 지금은 무인도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었다. 탄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는 1890년 섬을 사들여 탄광을 개발했다. 이 섬은 군칸지마(軍艦島·군함도)로도 불렸다. 광부들이 늘어나자 1916년 철근 콘크리트 구조 공동주택을 지었는데 멀리서 보면 섬의 형태가 군함처럼 생겨서다. 하시마는 ‘지옥섬’이기도 했다. 해저 1000m까지 거미줄처럼 이어진 비좁고 위험한 갱도에서 광부들은 많게는 하루 16시간을 일해야 했다. 그중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도 있었다. 1943~45년 강제 징용되거나 돈을 벌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가 섬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500~800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122명은 탄광 사고 등으로 이곳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하시마는 1960년 5200명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에너지원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쇠퇴일로를 걸었다. 1974년 1월 탄광이 폐쇄됐고 주민들은 그해 4월 모두 섬을 떠났다. 건물이 낡고 폐허가 돼 오랫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이 섬은 10여년 전 관광지로 변신했다. 나가사키시가 미쓰비시로부터 섬을 무상 양도받아 일부 정비한 후 관광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2015년 하시마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지역 관광 자원화에 힘을 보탰다.

강제징용의 대표적인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한국이 반대하자 일본은 정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를 기억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5일 공개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하시마 탄광과 관련, 산업화 성과만 부각하고 징용 피해는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했다. 주변국을 침략한 군국주의 역사는 철저히 감추겠다는 속셈이다. 일본이 역사 왜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