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CC(Christian Commitment)센터 김희수 목사는 지난달 9일 사내 A과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사진)을 받았다. “저희 가정에서 선한 사업에 사용하고자 모아둔 200만원을 이번 미자립교회 모금에 조용히 기부하고자 합니다”는 내용이었다.
김 목사는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어하는 미자립교회를 돕기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직원들에겐 공표하기 전이었다.
월드비전은 지난 3월부터 19개 지역 본부로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미자립교회 소식을 들어왔다. 목회는 물론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사내 예배 때마다 이런 소식을 공유하며 기도 제목을 나눴다. 그러다 한 직원의 제안으로 모금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김 목사는 A과장을 따로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결혼 6년 차인 A과장은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실 때 쓰려고 일정 금액을 조금씩 모아놓기 위해서였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어떻게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 사내 모금 얘길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즈음 남편이 “코로나19로 힘든 교회가 많다던데 우리가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하고 물어왔다. A과장은 월드비전 모금 얘길 꺼냈다. 사실 사내 모금이라 먼저 얘길 꺼내기 민망했는데 남편이 먼저 물어보니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다. 남편도 “좋은 일 같다”며 “동참하자”고 했다.
미자립교회를 위한 모금은 A과장의 기부 이틀 뒤인 13일 사내 전국공동예배 때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많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18일간 진행된 모금에 1750여만원이 모였다. 지난주 경북 영천에 있는 한 미자립교회에 처음으로 모금액 중 일부를 전달했다. 김 목사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직원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금액은 크지 않지만, 그분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