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세를 보였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봉쇄 완화 조치 이후 다시 늘어나면서 ‘2차 유행’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로 접어든 남미 국가들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미 대국인 브라질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브라질은 전국 27개주 가운데 절반가량이 경제 활동을 재개했는데, 그에 맞춰 감소 추세를 보였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다시 늘고 있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브라질에선 1만70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9일부터 사흘 연속 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던 데 비하면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두 달 전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상파울루대학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다니엘 두라도는 영국 가디언에 “이번 사태는 우리가 직면한 최악의 공중보건 위기”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최악인 정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 중 브라질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페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페루에선 최근 1주일 동안 매일 4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남미 대부분 국가에서 코로나19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는 다음 주 남미에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전파력과 계절과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겨울철에 감기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이 더 자주 발병하는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독감 확산이 겹치면 방역 당국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을 경고한 바 있다.
페루의 감염병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고투소는 이날 현지 EFE통신에 “두 개의 팬데믹을 맞을 수 있다.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범미보건기구(PAHO)의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도 최근 남미의 겨울이 ‘엄청난 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일 7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주일 새 100만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세계 각국이 봉쇄 완화 조치에 돌입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도의 경우 14일 47명에 이어 15일 48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했다. 지난달 5일 57명을 기록한 이후 40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도 지난달 초 하루 300∼400명 수준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13일 이후 사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뉴델리에서는 연방 정부 지침 등에 따라 지난달 중순 이후 봉쇄 조치를 풀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