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정은과 했던 ‘평화의 약속’ 뒤로 돌릴 수 없다”

입력 2020-06-16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메시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년 전 공동선언문 서명 때 착용했던 넥타이를 매고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북한에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남 무력도발 위협 등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을 향해 그동안의 남북 합의를 부각하며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최근 북한이 연이어 대남 무력도발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문 대통령은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15 20주년 기념식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 신뢰를 키워나가야 한다”며 “반목과 오해가 평화와 공존을 향한 우리의 노력을 가로막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면서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에 제안했던 코로나19 대응 보건 협력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다. 최근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영상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 당시 맸던 넥타이를 착용했다. 넥타이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이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18년 판문점선언 공동발표 때 사용했던 연대(演臺·연단)도 다시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며 “남과 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해선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6·15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부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 간)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면서 21대 국회에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도 “서릿발치는 보복행동” 운운하며 협박을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제목의 해설에서 “원쑤(원수)들을 겨눈 우리의 서릿발치는 보복행동은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무적의 혁명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6·15 20주년 관련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도 대북 경계·감시태세 강화에 나섰다. 우리 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등 정찰·감시 자산을 총동원해 대북 감시를 진행했다. 주한미군도 정찰기인 ‘가드레일’을 지난 13~14일에 이어 이날도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감시초소(GP)와 서해안 해안포 진지 등에서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임성수 손재호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