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상한 사람 아냐” ☜ 이런 온라인 그루밍이 득시글

입력 2020-06-16 00:16

국내 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은 온라인에서 성에 관한 대화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 등을 전송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를 15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6423명 중 11.1%가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성적 유인 피해를 봤다. 가출청소년과 같은 위기청소년이 아닌 일반청소년을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등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성적 유인을 경험한 비율이 28.1%로 가장 많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가 27.8%, 인터넷 게임이 14.3%로 뒤를 이었다.

위기청소년이 돈 제공과 같은 조건만남을 하는 데에도 온라인 이용 비중이 커졌다. 조건만남을 경험한 위기청소년 78명 중 87.2%가 온라인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2016년(74.8%)보다 12.4%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채팅앱 46.2%, 랜덤채팅앱 33.3%, 채팅사이트 7.7% 등의 순이었다.

최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되는 랜덤채팅앱은 미성년자 보호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가 작년 7~8월 10일간 13세, 16세, 19세, 23세 여성으로 가장해 랜덤채팅앱에 접속 후 2230명과 대화한 것을 분석한 결과 성인과 미성년 대화가 48.2%(1074명)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미성년과 대화한 사례(1605명) 가운데 76.8%(1232명)가 성적 목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61.9%는 대화 도중 미성년임을 인지한 후에도 대화를 지속했다.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나 변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안심시킨 뒤 부모나 친구에게 대화를 비밀로 할 것을 당부한다. 이어 음란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고 음란행위 묘사를 강요한다. 영화감상, 여행, 음주 등의 동행뿐 아니라 조건만남과 용돈 등을 제안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랜덤채팅앱 안에선 영상전송 등이 불리하므로 영상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한 라인, 카톡으로 이동하자는 제안도 빈번했다.

성매매 처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성인남성 비율은 2016년 50.7%에서 지난해 42.1%로 줄었다. 연구원 관계자는 “전통적 형태의 성매매 경험률은 떨어지는데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 경험이 많아지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라며 “특히 청소년의 (온라인 성매매) 가능성이 커져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범죄를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69세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인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98.8%에 달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에도 94.5%가 동의했다. 현행법상 성범죄 유인·권유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랜덤채팅앱에서 잠입수사가 법적 근거를 갖고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그루밍 처벌을 법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