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탈락 뻔한데 뭘 ㅠ” 청춘들 입사지원서조차 안 쓴다

입력 2020-06-16 00:05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계를 낸 한현성(24)씨는 더 이상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연이어 서류 탈락을 맛보는 주변 친구들의 구직 과정을 보며 사기업 취업을 포기했다. 지난주 한씨는 7급 공무원 학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신입생도 불쌍하지만 직장도 아르바이트도 못 구하는 90년대생들도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씨는 올해 입사 지원한 회사가 없다. 한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5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4명 중 1명은 올 상반기 1곳에도 입사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하지 않은 이유는 학점 등 스펙 준비가 부족해서(44.4%),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아서(35.9%), 양질의 공고가 적어서(26.1%) 등이었다.

구직자들은 높은 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대기업 채용을 ‘양질의 공고’라고 판단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의 상반기 공개채용이 하반기로 밀리거나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면서 구직자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대기업은 삼성, SK, 롯데, 포스코, CJ 등 5곳에 불과하다. LG는 상반기 공개채용을 미루다 지난 9일 신입사원 선발 비중의 70%를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하겠다며 공채 폐지를 발표했다.

A씨(28)는 “구직자 입장에서 수시채용은 언제 뽑을지, 얼마나 뽑을지 알 수 없는 깜깜이”라며 “수시채용이라고 하면 공개채용보다 소규모로 이뤄진다는 인상이 있다”며 채용 축소를 걱정했다.

적극적 입사 지원에도 면접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신입 구직자들은 평균 7.1곳에 지원해 1.8회 서류 합격했다. 서너 차례 서류를 지원해야 한 번의 면접 기회가 오는 셈이다. 서류 전형을 한 번도 통과하지 못한 구직자도 상당수였다. 응답자 중 34.5%는 지원한 모든 기업의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1곳에만 합격한 응답자도 24.5%였다. 구직자의 절반 이상(59%)이 수차례 입사 지원을 했음에도 면접 기회를 한 번 얻거나 아예 얻지 못했다. 구직자들의 43.9%는 서류 탈락의 원인이 높은 경쟁률에 있다고 봤다.

쪼그라드는 채용 시장에 구직자들은 숨이 막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확실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21.1%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60.7%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응시했던 강모(26)씨는 올해 서류전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레벨 7이었던 토익스피킹을 레벨 8로 올리는 등 정량 스펙 향상에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강씨는 “예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취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며 “코로나 세대의 첫 구직자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고자료도 없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