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시사회에 참석하며 불거진 우려에도 주말 극장 관객수가 50만명 선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33만장 영화 할인권’ 행사에 더해 자취를 감췄던 신작이 하나둘 개봉하면서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14일 주말 사흘간 전국 영화관에는 50만6775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이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경보가 심각 단계로 오른 후 주말 최고 기록으로, 전주 영화관 총 관객이 40만181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말 박스오피스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던 영화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시사회에 관악구 70번 환자가 다녀간 것이 이틀 후 알려지면서 극장가는 초긴장 상태로 주말을 맞이했다. 방역수칙 준수로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활기를 띠던 극장가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관객 수가 악조건에도 증가한 것은 2~3달간 자취를 감췄던 신작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말 박스오피스 1~2위는 모두 한국 신작이 차지했다. 1위는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주연의 ‘결백’으로, 1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주말 이틀 동안 20만3357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31만명을 넘겼다. 지난 4일 개봉한 ‘침입자’는 6만4042명을 불러 모았으며, 누적 관객 수 45만명을 넘어섰다.
신작 개봉에 발맞춰 영진위가 3주에 걸쳐 펼치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관람료 6000원 할인권 133만장 배포)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영진위가 이 캠페인에 돌입한 지난 4일 직후 사흘(5~7일)간 40만여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는데, 이는 전주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꼼꼼한 극장 방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얼마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영화 시사회 참석 사건 이전에는 영화관에서 불거진 별다른 코로나19 이슈가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멀티플렉스들은 지난 3월부터 좌석 거리두기는 물론 극장 소독·방역·환기, 음식물 섭취 제한 등 기본적 방역수칙에도 신경을 쏟았다.
물론 낙관하기는 이르다. 관객 수 자체가 지난해 10% 수준으로 급감한 터라 당장 ‘결백’ ‘침입자’가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선을 넘길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계 안팎에서는 개봉을 앞둔 국내외 기대작에 힘입어 점차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에는 신작 ‘사라진 시간’과 ‘야구소녀’가, 24일에는 ‘#살아있다’가 연이어 개봉한다. 해외영화로는 디즈니·픽사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도 17일 선보일 채비를 마쳤다. 이후 이어지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에는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 정상회담’ 등 총제작비 200억원 안팎의 성수기용 대작 영화들이 맞부딪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