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 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 10명 중 4명은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교육 환경, 정주 여건이 뒤쳐진 혁신도시로 이주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이사하고 싶어도 이사할 수가 없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충북혁신도시는 2007년 첫 삽을 뜬 이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공동(空洞)도시’다. 정주인구 3만9000명 규모로 계획됐지만 여전히 밤이나 주말, 휴일엔 인적이 끊긴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전한 혁신도시 내 11개 공공기관 직원 3396명 중 1262명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서울·경기 35대, 청주·세종 6대 등 41대의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직원도 하루 평균 930여명이다.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이 올해 책정한 통근버스 운영 예산은 32억33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연간 통근버스 운영비용이 350만원이나 된다.
다른 지역의 10개 혁신도시와 달리 충북혁신도시는 수도권과 1시간30분 정도 거리라, 직원 대부분이 출퇴근하거나 ‘나 홀로’ 이주족이 많은 편이다. 충북혁신도시에 정착한 직원 다수는 미혼이거나 어린 자녀를 둔 30~40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 11월에 발표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정착 실태와 향후 보완과제’를 보면 충북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이 21.9%로 전국 꼴찌였다. 40~60%에 달하는 다른 지역 혁신도시보다 현저히 낮다.
진천군과 음성군은 교육·문화·여가·의료 시설 등 정주 여건이 좋아지면 직원들의 이주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각종 시설 건립·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최대 숙원인 의료기관 신설 문제는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로 해결했다. 소방복합치유센터는 1328억원을 들여 21개 진료 과목과 300병상을 갖춘다. 2024년 개원한다. 전국 소방관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어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 혁신도시에는 현재 종합병원이 없다.
고등학교도 한 곳 더 늘어난다. 가칭 본성고교 건립 계획이 지난 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284억원을 들여 2023년 개교할 예정이다. 현재 혁신도시 내 고등학교는 서전고 하나뿐이다.
음성군은 맹동면 동성리 일대 1만5000㎡ 부지에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지난 3월 150억원을 들여 착공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4000㎡) 규모로 200석 관람석을 갖춘 체육관과 7레인 짜리 수영장이 들어선다. 이 체육센터는 2022년 완공 목표다. 진천군도 혁신도시에 육아종합지원 센터와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국도 21호선 진출입 교차로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문화 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 혁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혁신도시는 2013년 12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처음 이전한 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평가원이 옮겨오면서 수도권 11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올해 5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2만6559명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