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A양은 최근 SNS를 통해 이른바 ‘대리 입금’ 광고를 접했다. 아이돌 그룹의 굿즈(캐릭터 상품)나 공연 티켓 대금 등을 사는 데 쓸 수 있도록 최대 5만원까지 대신 입금해 준다는 광고였다. 이자는 빌린 돈의 40%, 그것도 일주일 안에 원금과 함께 갚는 조건이었다. 이름과 나이, 주소는 물론 학생증 사진과 본인 및 부모님의 전화번호까지 요구했다. 소위 ‘먹튀’(돈 떼먹고 도망간다는 뜻의 속어)를 하면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경고문까지 붙었다. 명백한 ‘불법 금융 광고’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 속에 이 같은 불법 금융 광고가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온라인 불법 금융 광고는 총 1만6356건으로 전년(1만1900건)과 비교해 37.4%(4456건)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정부나 제도권 금융기관 등을 사칭한 ‘미등록 대부’ 사례가 8010건(49.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휴대폰 소액결제나 신용카드를 현금화해 주는 유형이 2367건(14.5%), 재직증명서 등 대출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작업대출’ 사례가 2277건(13.9%)으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불법 금융 광고는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어려운 무직자나 저신용자뿐 아니라 독자적 수입이 없는 청소년과 주부 등을 타깃으로 한다. ‘○○티켓’ ‘◇◇상품권’ 등의 상호를 쓰며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인 것처럼 위장하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몇 달 전에 급해서 이용했는데 나름 이용할 만하다”는 식의 댓글을 달아 친근감을 높이는 수법도 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SNS 광고 등을 통해 급증하고 있는 ‘대리 입금’과 ‘신용카드 현금화’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등은 실제로는 소액 고금리 대출이므로 이용 시 유의해야 한다”며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우므로, 대부업체 거래 시 등록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