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코로나 시대의 채식 연습

입력 2020-06-16 00:02

채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동물보호나 환경윤리, 종교적인 이유가 컸지만 요즘은 건강상 이유가 더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쁜 일상에 인스턴트식이나 육식 위주로 식사하다 보니 초등학교 한 학급당 3~4명이 아토피다. 10가구 중 1가구가 환경성 질환을 앓는다. 과잉 생산된 곡물이 가축 사료가 돼 축산업이 커지고, 그로 인해 육류 소비가 지나치게 늘었기 때문이다. 채식하면 육식할 때보다 장수하고 심근경색증 발병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채식 인구가 늘어나는 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만 채식을 택하는 건 아니다. 채식하는 이들 중에는 음식 외에 옷, 생활용품 등에서도 윤리적 소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 지구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는 걸 우려해 동물을 보호하고 생명 존중의 마음으로 비건(동물성 식재료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을 택한다. 더 적극적으로 채식주의자의 삶을 산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Lancet)’은 기후변화가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축산업과 그 부산물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채식이다. 채식을 하면 탄소배출량을 육식의 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채식은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는 지구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법으로 채식을 추천한다. 축산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여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채식은 지구가 내는 신음을 듣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도 창조 당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미칠 영향을 알고 계셨을까. 우리가 채식하도록 창조하셨다.(창 1:29~30)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 외에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을 인간도 동물도 다 먹도록 허락하셨다. 그때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두려움 없는 평화가 있었고 상호공존할 수 있었다.

채식은 선하고 육식은 악하다는 게 아니다. 채식으로 창조세계의 회복을 꿈꿀 수는 있지만, 나 아닌 남이 무엇을 먹게 할지까지 결정할 순 없다. 어느 것이 더 선한가 하는 논쟁으로 힘을 빼기보다 느슨하게라도 채식을 하며 ‘홍수 이후에 허락하신 육식’에 대해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체 안에서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자. 육류는 하나님이 허락한 음식이기는 하나 ‘피째 먹지 말라’고 하셨다. 기후위기 상황을 살고 있으니 먹는 것부터 우리의 삶을 깊이 성찰해보자. 그러면 기꺼이 채식을 연습할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지나친 육식은 하나님의 영이 깃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다.

분주한 일상을 살다 보면 음식을 사소하게 여기기 쉽다. 음식을 먹는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지속 불능한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바꿀 수 있는 열쇠를 우리의 음식이 쥐고 있다. 나와 내 후손을 위해 느슨하게라도 채식을 시작해보자. 육식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뎌도 좋다. 먹는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고 채식이 머뭇거려진다면, 고기 생산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탄소발자국’을 측정해보자. 나와 내 후손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공감하며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살핌으로써 우리 식생활에 변화를 줘 하나님과 신음하는 피조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식사를 하길 소망한다.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