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글’ 투혼의 이글스, 반등 날갯짓 이어갈까

입력 2020-06-16 04:05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리그 최다 18연패를 끊어낸 뒤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한화는 베테랑과 2군 출신 선수들이 합심해 두산에 2연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팬들은 패배 일변도였던 지난 3주의 설움을 털어내고 모처럼 ‘행복 찬가’를 불렀다. 팬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온·오프라인 공간마다 한화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가 울려 퍼졌다. 한화 구단은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을 약속하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한화 팬들은 15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팀의 탈연패와 2연승을 축하하며 다가오는 경기의 선전을 기대했다. 전신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를 응원한 대전의 타이어업체 근로자 김모씨는 “연패를 당해도 한화 팬은 떠나지 않는다”며 “투혼을 계속 보여 준다면 ‘나는 행복합니다’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응원단은 SNS에서 장외 응원을 펼쳤다. 한화 치어리더 이하윤씨는 인스타그램에 “이글스 2연승으로 행복하다”고 적었다. 동료 치어리더 김유나·조연주씨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응원 단상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영상을 게재해 승리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누렸다.

한화 구단은 지난 14일 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팬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감을 안겨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며 “긴 연패에서 벗어났지만 그동안의 부진으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같은 날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하루 전 우천 서스펜디드게임으로 재개된 두산 베어스와 홈 2차전을 7대 6으로 역전승했다. 이 승리로 연패를 18경기에서 끊었다. 이는 출범 39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에서 사상 최다로 남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와 타이기록이다.

한화는 지난 7일 한용덕 전 감독의 자진 사퇴로 퓨처스(2군) 팀을 지휘했던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1군 지휘권을 맡겼다. 그 이후에도 계속됐던 패배를 김태균·이용규·정우람 같은 베테랑부터 노태형·박한결 같은 2군 출신 선수들까지 합심해 가까스로 막았다. 기세를 탄 한화는 같은 날 오후 5시에 시작된 두산과 홈 3차전에서 3대 2로 승리해 2연승을 거뒀다.

한화 구단은 사과문에서 “팬들에게 유일하게 보답할 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시즌에 투혼을 불사르고 변화하는 이글스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사과문에 대해 “감염병 방역으로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한 팬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과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팬들과 직접 대면하지 못했지만, 홈페이지 사과문에 새 출발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연패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는 팀당 편성된 144경기의 25% 지점을 이제 막 통과했다. 한화는 지금까지 36경기에서 9승27패를 기록했다. 앞으로 108경기가 남있다. 팀 타율 0.235, 팀 평균자책점 6.06점으로 10개 팀 중 9위에 머물러 있는 투타의 침체를 털어내지 않는 한, 연패는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최 감독대행 체제에서 추진되는 1군 선수단 재정비가 한화의 남은 시즌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중심타자 제러드 호잉의 타격감 회복도 관건이다. 한화는 16일부터 사흘간 펼쳐지는 LG 트윈스와 홈 3연전에서 꼴찌 탈출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