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정지출 확대 필요하다

입력 2020-06-16 04:07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경기침체기에 재정지출 확대의 긍정적 효과는 부정적 효과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여력은 있다.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수준은 OECD 평균이 109.2%다. 한국은 40.1%에 불과하다. 국채에 대한 국외 채권자 비중도 한국은 12.5%로 OECD 평균인 37.3%보다 크게 낮다. 그만큼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도 낮은 편이다.

총저축과 총투자의 격차인 순국외투자는 2006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 최근 20년간 모두 양(+)의 값을 가져 매년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0.4~6.9%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5009억 달러로 같은 해 명목 GDP의 30.5% 수준이다. 한국 경제는 해외자본에 의존하고 있지 않으며 국내에서 형성된 자본(저축)이 국내에 제대로 투자되지 않는 자본 초과공급 상태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해외채권자나 신용평가사의 평판에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에서 소비하거나 투자할 자본을 외국에서 빌려오는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시각이다. 재정지출 확대가 국가부채 비율 증가를 수반하기는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재정지출 확대보다 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세수 감소가 국가채무 비율 증가에 더 큰 기여를 한다. 그러므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연구들을 봐도 경기침체기에 지출을 확대하면 GDP 증가 규모가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의 파괴적 영향은 단기적 위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경제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킨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라고 부르는데, 경기침체기에 실업 상황에 진입한 근로자가 시간이 지나면 인적자원 훼손으로 정상적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되고 이것이 잠재성장률을 낮추게 한다는 이론이다. 경기침체기에 잘 설계된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부양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의 단계적 하향을 억제해 장기적 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