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엄중” 한밤중 2시간 화상NSC… 대북 유감 표명은 유보

입력 2020-06-15 04:0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14일 0시쯤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적 보복 계획’을 공언한 지 3시간여 만에 회의가 열린 것이다.

휴일 밤, NSC 상임위 화상 개최는 최근 남북 상황의 엄중함과 긴박함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14일 새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현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공지했다.

회의에는 정의용 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상황 점검’과 ‘대책 논의’ 외에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0시 무렵 2시간 정도 회의가 열렸다”며 “그 시간에 회의가 열렸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NSC는 지난 11일에도 상임위를 열고 대북전단 강력 단속 의지를 밝혔다. 김유근 1차장이 직접 공개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가 사흘 만에 다시 화상으로 NSC를 개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제1부부장이 ‘보복’ ‘연속적 행동’ 엄포를 놓았지만, 이번 NSC 상임위 긴급 화상회의에서도 북한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우려는 없었다. 북한이 최근 ‘말 폭탄’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 실제 행동이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땐 ‘강한 우려’ ‘중단 촉구’ ‘한반도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왔다. 지난 3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즉각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하자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남측을 맹비난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후엔 최대한 로키(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 화해의 청사진을 그렸던 6·15 남북공동선언 역시 남북 관계 급랭 속에 20주년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보건 협력 등으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15일 대북 메시지를 낼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정부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당초 15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6·15 20주년 기념식’을 하기로 했었으나 시민 참석 없이 장관, 차관 및 지자체 인사들만 참석하기로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