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미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명의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격에 숨졌다.
13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은 27세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27)가 전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오후 10시30분쯤 애틀랜타 남동부 소재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매장의 드라이브스루 통로를 한 차량이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차량 안에는 브룩스가 잠들어 있었다. 출동한 경찰 두 명은 브룩스를 깨워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음주 측정 결과 단속 기준에 걸린 브룩스를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브룩스는 이에 저항하다가 경찰의 전기충격기(테이저건)를 빼앗아 달아났다. 도망가던 브룩스가 뒤돌아서 테이저건을 겨냥하자 경찰이 총을 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촬영해 SNS에 공유한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조지아주 지부는 성명을 내고 애틀랜타 경찰국장 해임을 촉구했다. 조지아주 수사국(GBI)은 “애틀랜타 경찰로부터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았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과 초기 수사 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랜타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 일은 정당한 무력 사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에리카 쉴즈 애틀랜타 경찰서장은 브룩스가 사망한 지 24시간이 채 안된 이날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브룩스에게 총을 쏜 경찰은 해고됐으며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은 행정직으로 전환됐다.
사망한 브룩스에겐 세 딸과 입양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 측 변호인 크리스 스튜어트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이 체포하려 하기 전까지 브룩스가 차분하게 대응했으며 어떤 폭력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간 경찰은 테이저건이 치명적인 무기가 아니라고 말해 왔는데, 흑인이 이를 들고 도주하니까 갑자기 총격을 가할 만큼 치명적인 무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브룩스가 총격을 당한 웬디스 매장 앞과 애틀랜타 센테니얼 공원 등에선 이날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대응했다. 성난 시위대가 웬디스 매장에 불을 지르고 인근 고속도를 차단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