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찾아온 ‘유동성 장세’로 실물경제보다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 급등세 속에 이른바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의 승리를 외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증시를 비롯해 미국에서도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소위 ‘종목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보다 주가가 더 오른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NAVER·LG화학·삼성SDI·카카오·엔씨소프트)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7%(12일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 제외)까지 상승했다. 2017년 7월 이들 7개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내 비율은 7.1% 수준이었다. 3년 만에 시가총액 비중이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들 종목은 대표적 언택트(비대면)·바이오 수혜주로 꼽히며 코로나19 타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입지 않은 성장주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비대면 활성화,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 등을 무기로 ‘코로나 경제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스닥지수가 1만 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건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 꼽히는 IT 종목의 성장세가 결정적이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엔비디아, 넷플릭스, 테슬라 등 7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22%에서 최근 36%까지 상승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만든 특정 성장주에 대한 집중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특정 종목의 급등과 전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 등은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가 높아지며 22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2일 2132.30까지 하락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1만 포인트를 넘어섰던 나스닥지수도 다음 날 5.27% 폭락하며 9588선까지 미끄러진 상태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코로나19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로 국내 주식시장도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