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우리 측과 ‘확실한 결별’을 선언하며 군부 차원의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저자세 논란을 무릅쓰고 대북전단 금지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던 문재인정부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가 됐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에 이어 조만간 북한 총참모부 차원에서 이른바 ‘대적 행동’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남측과 미국을 함께 겨냥해 한반도 비핵화는 ‘개소리’라고 폄훼하며 핵무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남·북·미 3자 주도로 전개되던 한반도 데탕트 국면이 2년 반 만에 파국 위기를 맞았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밤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나는 위원장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이 언급한 ‘대적사업 연관 부서’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기존의 대남 부서들을 의미한다. 김 제1부부장은 더 나아가 대남 부서들 다음으로 군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궁금해할 그 다음의 우리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발표한 이후 북한 주장에 호응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 침해, 소급 처벌 등 논란을 무릅쓰고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민 단체를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통일부는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튿날인 14일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남과 북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그간 공언한 대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등 실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민 단체가 전단 살포를 강행하면 풍선에 조준 사격을 가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특히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지에서 군사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로부터 공개 지시를 받은 만큼 총참모부가 조만간 군 차원의 돌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무력 강화 방침을 밝히며 비핵화 협상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도 함께 내놨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우리는 2년 전과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다.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의 발언은 리선권 외무상이 지난 12일 밝힌 1차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리 외무상은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개발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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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