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5곳 중 1곳 1년 내 현금 고갈 우려”

입력 2020-06-15 04:06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휘청거리는 기업들을 돕자니 ‘좀비기업’을 양산할까 걱정스럽고, 놔두자니 경기 회복에 차질이 생길 처지에 놓여 있다. 미 기업 5곳 중 1곳은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면 1년 안에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은 14일 ‘코로나19 이후 미국 기업 부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외부 자금조달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분석대상 기업의 22.2%가 부채상환, 운영자금 소요 등으로 보유 현금이 1년 내 소진돼 단기 유동성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현금소진 위험은 에너지(원유·석유제품 등) 경기소비재(숙박·음식·자동차·소매 등) 유틸리티(전력·수도 등) 산업재(항공·기계장비 등) 업종이 10~30%대로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이 부족 자금을 모두 부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연내 고부채기업 비중은 산업재·에너지·경기소비재를 중심으로 지난해(6.3%)의 3배인 18.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 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전년보다 7.0% 포인트 늘어난 11.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종별로 에너지가 37.1%로 특히 높았고 산업재(18.3%)와 경기소비재(8.3%)가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은 현금소진 위험 기업과 고부채 기업 비중도 다른 업종보다 크게 늘어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부도율 선행지표로 불리는 고금리 투기등급 회사채 비중은 올해 1월 9.7%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 47.8%로 급등했다. 이달 1일 기준 고금리 투기등급 회사채는 코로나19 취약업종인 에너지·경기소비재·산업재가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취약업종은 ‘부도 임박’ 수준인 신용등급 CCC+ 이하(투기등급) 기업의 약 80%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도 위태롭다. 에너지가 53%로 과반을, 경기소비재와 산업재가 각각 15%, 11%를 차지했다. 투기등급 강등 직전인 BBB∼BBB-(투자등급) 기업 중에서는 43% 정도가 이들 업종이었다.

해당 업종은 고용·생산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 도산 시 경기회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여타 업종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업종의 생존을 돕는다고 경기가 곧장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자금 지원에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생산성 낮은 좀비기업이 양산되거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자원배분 비효율이 커지고 성장잠재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