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전화 상담 직업에 회의 느끼다 주님이 주신 달란트임을 깨달아

입력 2020-06-15 00:10

114 번호안내 상담사로 일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며 전화를 받는데 ‘정말 사랑하시나요?’ 하며 사랑 고백을 하는 고객님들이 많아 ‘반갑습니다. 고객님!’으로 바꿨다. ‘저기요. 진짜 급한데 119는 몇 번으로 하면 되나요?’ 하는 황당한 전화도 받았고 놀아달라는 전화에 자주 시달리기도 했다. 어느날 ‘고객님 문의한 곳은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했더니 잘 찾아보지도 않았다며 고객센터로 불친절 신고를 해 억울하게 온종일 사과해야 했다. 그런데 정말 힘든 것은 업무평가 실적 스트레스였다. 친절도와 1000통 이상의 실적 때문에 시간당 130콜 이상 소화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몸과 마음은 지치고 직업에 회의가 느껴졌다.

어느날 춘천 한마음교회에 다니던 형부가 ‘처제는 믿음이 뭐라고 생각해? 하나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하고 묻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록커였다가 예수님을 믿고 놀랍게 변한 형부가 전하는 복음을 들으며 내가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곧바로 한마음교회에 갔다.

예배 중 목사님께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주인으로 믿는 것이 참된 믿음이다’는 말씀을 하시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는 것이 죄라고 하셨다. 이 문제를 놓고 간절히 기도하는데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는 말씀이 임하며 ‘하나님이 이 땅에 오셨구나’를 알게 됐다. 이어서 사도행전의 ‘저를 죽은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셔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말씀이 비춰지며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이 증거 앞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능자가 이 땅에 오셨다 가셨는데 여전히 내 안에 갇혀 내 문제, 내 환경,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령께서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정확히 비춰주시는 순간 사도행전의 유대인들처럼 ‘어찌할꼬…’가 터져 나왔다. 제자들이 부활의 표적을 통해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한 것처럼 나도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 되니 짜증과 불평이 사라지고 힘들게만 생각했던 직장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교지임을 알게 됐다. 매일 직장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고 만나는 동료들에게 뜨겁게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전해도 듣지 않던 같은 팀의 언니를 위해 1년 동안 기도하며 다시 복음을 전했는데 그 언니는 매일 가위에 눌려 힘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음 날 집에 초대해 복음을 전했더니 엄마 품으로 돌아온 아이처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을 영접했다. 또 어느날 팀장님에게 내 신앙 간증을 했는데 감격해 잠을 못 잤다고 하며 얼마 후에는 자신의 교회 목사님과 함께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역시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신 목사님은 이렇게 신바람 나는 목회는 처음이라며 기쁘게 목회를 하신다는 소식을 보내주셨다.

하나님께서는 다들 기피하는 전화상담이 나의 달란트이며 그곳이 나의 사명지라는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이 보내신 이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명은 특권이다. 이제는 이 특권을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날마다 마음의 눈이 밝아져 사명을 감당하며 살기 원한다.

구수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