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결국 국회법 시한을 넘긴 15일까지로 다시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서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합의에 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배수진을 친 여야가 극적 타결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의장 주도 하에 양당 대표가 여러 차례 협상해 의견 접근이 있었고 타결을 기대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스럽다. 사흘 더 시간을 드리겠다”며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박 의장은 “원 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해 국민께 송구스럽다. 15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적극적으로 여야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선출안 처리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사흘이란 시간을 벌었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합당이) 빼앗기는 안으로는 더 이상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 중 홀로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사진행발언을 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을 무시한 채 단독 처리를 진행한다면 통합당은 앞으로 국회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통합당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를 가져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실상은 국정 운영과 민생·개혁 입법 저지를 위한 무기를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 18개를 ‘11대 7’로 나눠 갖는 안을 제안했지만, 통합당은 의원총회 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협상안은 법제사법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등 11석을 민주당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등 7석을 통합당에 배분하는 것이었다. 통합당 3선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통합당에 법사위원장을 배분하는 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것”이라며 “법사위원장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최대치를 뛰어넘는 양보안을 내놨던 것”이라며 통합당을 맹비난했다. 당내에선 3차 추가경정예산안뿐 아니라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빨리 처리하려 했지만 의장이 일정을 미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