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요양시설·어린이집 ‘집단 감염’… 잇따라 뚫리는 취약시설

입력 2020-06-13 04: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12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대기하고 있다. 도봉구 노인요양시설인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는 이날 1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세에 서울의 노인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이 포함돼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인 요양시설은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해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왔는데, 서울 내 요양시설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양시설과 어린이집 등 코로나19 취약시설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도봉구는 12일 서울 도봉구 도봉1동 소재 노인 요양시설인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3명이 신규 발생했다고 밝혔다. 성심데이케어센터는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도봉 24번 환자가 머문 곳이었다. 이 환자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8시간씩 이 센터를 다니다 지난 9일 굿모닝요양원에 입소했다. 이 환자의 부인인 도봉 23번 환자가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당국은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역학조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고령층이 모인 데이케어센터와 요양센터를 통해 번지는 모양새다. 경기 광주시 소재 ‘행복한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 1명이 추가로 확진돼 현재까지 총 10명의 환자가 나왔다. 경기 안양시 소재 나눔재가요양센터에서도 총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노출자에 대한 자가격리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관악구 소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도 중장년층과 고령층 발병비율이 높다.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 139명 중 65세 이상은 62명(44.8%), 40대는 49명(42.4%)이다.

요양시설과 함께 취약시설로 지적되는 어린이집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조카(용인 81번 환자)와 함께 살던 20대 여성(용인 91번 환자)이 추가로 확진되면서 기흥구 어린이집 관련 확진자는 7명으로 늘었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5일 원생인 2살 남자아이(용인 78번 환자)와 보육교사, 조리사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취약시설에 대한 집중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초기 유행할 때 중증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사망자가 속출했었다”며 “각종 요양원이 많은 수도권은 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직 한국에서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유럽에선 합병증인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 사례가 보고된만큼 면역력이 낮은 유아들이 밀집한 어린이집도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노인요양원, 데이케어센터에 대해 선제적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서울시 전체 주·야간 보호시설 휴관과 가족돌봄으로 대체를 권고하고,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만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