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두 달 가까이 신규 확진자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던 수도 한복판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발견돼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1일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명이 새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확진자는 베이징 도심에 거주하는 탕모(52)씨로 전날 발열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았고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탕씨는 최근 몇 주간 베이징을 벗어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당국은 탕씨의 가족 2명을 우선 격리하고 그의 동선을 따라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탕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그간 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내부 감염 발생은 거의 없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에서 전날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1명은 모두 외부 유입 사례였다. 중국은 지난달 막을 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코로나19 대응 승리를 선언하고 이를 평가한 백서도 발간했다.
특히 수도 베이징은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편을 다른 도시에 착륙하게 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해왔다. 그 결과 베이징에선 지난 4월 16일 이후 지역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누적 확진자 420명 중 사망한 9명을 제외한 411명은 모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중국 매체들은 베이징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약 두 달 만에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확진자가 발생하자 도시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탕씨 외에 추가 감염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탕씨가 살고 있는 웨탄거리 둥다제는 국가기관 청사가 모여있는 창안제와 불과 500m 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발표가 있기 전 중국 민항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기업들의 업무가 재개됨에 따라 중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항공편 증편을 위한 조건으로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 관계, 해당국의 방역체계, 기업의 업무 재개 시급성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이미 패스트트랙(녹색 통로)을 구축한 한국 싱가포르의 입출국 항공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베이징 변수로 인해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