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1일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통일부는 또 이들 단체에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계획을 통보했다. 두 단체에 강경 대응을 예고한 지 하루 만에 법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결정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행위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외 항공안전법·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두 단체가 대북전단과 페트병을 살포하며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북전단은 북한으로 보내기 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또 대형 풍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행위가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법 제2조에 따르면 대형 풍선은 ‘무인자유기구’에 해당돼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날려야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풍선 20개에 달아 북쪽으로 날려보냈는데, 국토부 장관의 승인은 받지 않았다.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는 큰샘이 바다에 띄운 페트병이 해안으로 돌아와 폐기물로 쌓이고 있어 적용됐다. 공유수면법 제5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오염물질을 버리거나 흘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달 중 청문을 열어 두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묵인해온 통일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위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향후 경찰의 수사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통일부와 보조를 맞췄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북전단 문제는 판문점선언에 따라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대북전단 살포 현황에 따르면 탈북민 단체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94차례 총 1923만9000장의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경찰은 총 12차례 살포 시도를 막았다. 송 의원은 “살포 금지조치 12건 중 11건이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조치였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정권이 앞장서서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며 “어느 나라 통일부인가”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통일부가 불과 몇 달 전엔 단속할 근거가 없다더니 ‘김여정 하명’이 있고 나서 이제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한국 정부 발표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풍선에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것은 의견을 표현하는 행동”이라며 “(전단 살포를 금지한) 판문점선언은 북한의 인권 침해를 도외시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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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호 김경택 이현우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