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브랜드 간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과 품질 외에도 재미를 소비 결정 요소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컬래버하는 두 브랜드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색 컬래버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와 Z세대 통칭)가 신선함과 재미를 매력적인 소비 요소로 꼽으면서 컬래버 마케팅이 활발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상표 ‘곰표’와 컬래버한 ‘곰표 밀맥주’가 인기몰이 중이다. 14일 CU에 따르면 CU와 대한제분이 지난달 협업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개가 완판됐다. 특히 수제맥주 소비 비중이 높은 2030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의 향수도 자극하면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CU는 ‘곰표 나쵸 오리지날’도 새롭게 출시했다.
식품브랜드와 패션브랜드의 독특한 컬래버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부터 펩시, 빙그레 ‘메로나’와의 이색 컬래버를 이어온 휠라(FILA)는 지난달 초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SUBWAY)와 컬래버한 상품을 내놨다. 이탈리아가 휠라의 본고장이자 써브웨이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이탈리안 B.M.T)라는 연결고리를 강조하며 메뉴 그래픽을 컬래버 상품에 넣기도 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컬래버 상품 출시 직후 주요 사이트에서는 2~3일 만에 품절됐고, 현재는 의류 등 남은 상품들만 온라인상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패션스토어 무신사에서는 ‘크리틱×KFC’ 컬래버와 ‘폴햄×맛동산’ 컬래버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4XR과 곰표가 컬래버한 상품도 출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처럼 독특한 컬래버 상품들이 MZ세대 사이에서 ‘인싸템’으로 통하며 인기를 얻자 컬래버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가 지난 4월 진행한 ‘크리틱×KFC 버킷 패키지’ 래플(raffle·추첨)은 경쟁률이 3000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 시즌엔 카페에서 출시되는 컬래버 MD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커버낫’과 협업해 텀블러백 키트, 썸머 매트 등 한정판 MD를 출시했다. 할리스커피는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컬래버하고 멀티 폴딩카트와 파라솔 세트를 포함한 캠핑 아이템 3종을 내놨다. 현재 ‘대란’이 일어난 폴딩카트에 앞서 출시된 릴렉스체어와 파라솔 세트는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한차례 대란을 겪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컬래버는 이벤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상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 품절돼도 재입고하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컬래버 덕에 SNS에서 이슈가 되면 해당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시너지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다양한 컬래버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성격의 두 브랜드가 만남으로써 서로의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끼리의 시너지 효과도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