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시선이 부산으로 쏠리고 있다. 부산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어서 여권 주자가 대권 가도를 달리려면 이곳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PK(부산·경남) 민심을 잡기 위해 부산 출신 인사를 속속 영입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부산지역 낙선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였을 때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의 주선으로 최지은 민주당 국제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대구와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에서 인적 기반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곧 영남에서 좋은 인사들이 (이 위원장 측 조직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이 위원장이 상징성 있는 영남권 인사를 영입할 경우 대권 경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최근 이 위원장은 최인호 의원 등 영남권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총리는 부산 출신인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천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했지만 ‘영남 출신 소신파 정치인’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그에게 여러 대권 주자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총리 의중이 직접 반영된 것”이라며 “총리가 청년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당에서 청년정책을 맡아왔던 만큼 향후 청년 기본소득, 청년 주거 등의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도 영남권 인적 기반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2012년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을 때부터 도왔던 ‘부산 친문’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최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 대변인에도 영남 출신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문계 의원은 “이 지사의 이재강 평화부지사 영입은 의미심장하다”며 “총선에서 패한 인사들을 챙기는 모습이 부산 지역에서 상당이 어필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부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부산이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의 민주당 의석수는 6석에서 3석으로 줄었지만 부산은 민주당 대권의 요람이다.
부산의 한 의원은 “두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상징성이 크다”며 “선거 측면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TK(대구·경북) 지지를 얻기 어려운 만큼 PK에서 어느 정도 지지율을 받느냐가 대선 승리와 직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