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연구용역을 수행할 산업연구원이 스스로 “연구할 능력이 없다”며 착수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는 국내 9개 혁신도시에서 일종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 있어 산업연구원의 행태는 혁신도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광주광역시·전남 나주시는 지난 1월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과 발전재단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할 기관으로 산업연구원을 선정했다. 연구용역은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를 지역에 어떻게 환원할지 ‘방법론’을 정하는 게 목표다. 나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납부한 지방세는 2014~2018년 총 812억원에 달한다. 발전기금 조성 규모와 출연 시기, 이전 공공기관 지방세 납부 전망,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5개월이 지나도록 연구용역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월 이후 연구용역 준비 과정에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침묵하다 지난달 본계약 단계에서야 스스로 해당 사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나섰다.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는 “기금 조성 및 운영을 정하는데 산업연구원은 전문성이 없다. 각 지자체 간 이해관계에 휘말리면 연구원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다른 사업을 수행 중이라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산업연구원 노조는 외부 인력 충원, 외부 회계법인 선정을 하기로 했고 지자체 간 합의가 전제된 연구용역인 터라 갈등요소도 적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11일 “3개 지자체가 합의를 통해 발주한 것을 스스로 전문성이 없다고 거부하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3억6600만원이라는 연구용역비는 경제·인문사회 국책연구기관에서는 규모가 커 수익면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일부에선 특정 연구위원이 연구실적을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한 산업연구원의 ‘몽니’라고 주장한다.
전남도는 급기야 지난 5일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용역 협약체결을 결정하지 않고 있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상당한 신뢰 훼손 우려가 있다”며 독촉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혁신도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연구용역 결과가 하루빨리 나오길 기다리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산업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나머지 9개 혁신도시에도 어떤 방식으로 발전기금을 설치해 운영할지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관계자는 “내부에서 연구 내용이 부서의 업무 성격에 맞는지 등을 논의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수탁 연구용역의 경우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행 가능성을 두고 이견이 있는 상태다. 최종 연구수행 여부는 지자체·부서·연구위원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 주까지 결론내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