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을 봉쇄하자 세계 각국은 앞다퉈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며 문을 걸어 잠갔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처지가 뒤바뀌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중국에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는 반면 중국은 ‘선별 수용’하겠다며 느긋해하는 분위기다.
11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민항국은 전날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기업들의 업무 재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방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방역 요건과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들의 항공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서방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방역 노력을 깎아내렸지만, 중국 상황이 안정되자 자국 기업인들의 중국 복귀를 위해 전세기로 신속 입국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녹색 통로) 제도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항공편 증편의 전제조건으로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 대중국 코로나19 유입 정도, 해당 국가의 효과적인 방역체계, 기업의 업무 재개 시급성, 녹색 통로 제휴 여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이미 녹색 통로를 구축한 한국, 싱가포르의 입출국 항공편이 늘어날 수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와 상공회의소 등은 녹색 통로 구축이나 항공편 증편을 통해 자국 기업인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중국에 요청하고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최근 직원들을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려는 기업들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소통을 적극 돕고 있다. 암참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전세기를 띄우지는 않겠지만 희망하는 업체들을 조율하고 있다”며 중국 복귀 방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중 영국상공회의소도 “영국 기업인들의 중국 복귀를 위한 패스트 트랙을 구축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패스트 트랙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며,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기업인들의 신속 입국을 위한 패스트 트랙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기업들이 이처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직원들을 중국에 보내려는 것은 중국이 각국 기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 경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