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11일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을 차단한 북한에 “실망했다”고 한 미국 정부를 향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하라”고 경고했다. 여차하면 고강도 도발에 나서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내놨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가 미국의 참견에 관해 묻자 “부질없는 망언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북남 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논평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권 국장은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와 흑인 사망 항의시위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상황을 겨냥해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제 집안일이나 돌보라고 충고했다. 이어 “그것(제 집안 정돈)이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초에 언급했던 ‘충격적 실제 행동’을 감행해 미 대선 판을 흔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외무성 국장의 언론 문답 형식을 택해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0일 발표한 ‘2019년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이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완전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종교적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해 왔다”고 밝혔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은 헌법에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처형·고문·구타·체포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가혹하게 다뤄 왔다”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