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 영향으로 예비입찰에서 유찰됐다. 대한항공 노조는 박원순 시장 규탄 시위에 나섰다.
1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지난달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인수해 문화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게 이번 매각의 흥행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부지는 경복궁 인근에 있어 건축물 높이가 12m 이하로 제한되고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다. 각종 규제에도 묶여 있다. 이런 규제를 풀어주거나 반대로 더 강화할 수 있는 주체가 서울시다. 개발 인허가권자가 부지 구매 의사를 밝힌 셈이어서 다른 매수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지 매각을 통해 최소 5000억원을 마련하려던 대한항공은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보다 적은 금액인 4670억여원을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은 후 보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었다.
이날 서울시 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 대한항공 노조는 “코로나19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 서울시가 돕지는 못할망정 갑자기 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건 박 시장의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이날 자료를 내고 “송현동 부지를 감정평가해 적정 시세에 매입하겠다. 대한항공과 자리를 갖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들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