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현초등학교 앞 ‘총리떡볶이’에서 11년째 장사를 이어온 백귀현(68·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두 번 맞았다. 주고객인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의 등교 개학만 바라보며 버텼지만, 하필 개학 때에 맞춰 ‘중랑구 원묵고 고3 확진 소동’이 터졌다. 북적여야 할 학교 주변이 반년 동안 썰렁했다.
하루 매출이 7만원에서 8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2000원짜리 떡볶이는커녕 500원짜리 음료수를 사 먹는 아이도 드물었다. 팔지 못해 내버리는 떡볶이가 늘면서 월세와 관리비가 밀렸다. 백씨는 ‘남들처럼 빚지지 않은 게 어디냐’ 생각하며 애써 이를 악물었다.
지난달 말 떡볶이 재료를 대러 온 유통업자가 텅 빈 가게를 보고선 한숨을 푹 쉬다가 “시에서 지원금을 준다니 조금만 참으라”고 일러줬다. 연락이 닿은 구청에선 “인터넷으로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을 검색해 신청하면 2달간 14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우선 70만원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보고서야 백씨는 ‘급한 불은 끄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씨는 “여전히 장사가 안돼 답답하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이 영세 자영업자를 위로하고 있다. 임대료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이지만 수령자들은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중랑구 꽃집 ‘허니비’를 10년 넘게 운영해온 신승연(39)씨에게도 코로나19는 잔인했다. 연간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목인 2~3월 졸업식·입학식을 공치면서 가게 분위기도 시들어 갔다. 평소 때도 매출의 80%가 잘려나갔다. 다달이 50만원씩 주고 있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계속 쓸 자신이 없어졌다.
직원을 해고하면 신씨가 종일 가게를 지켜야 한다. 어린 자녀들을 돌보면서 매일 같이 가게를 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동안 고마웠던 직원에게 ‘그만 나와도 된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도 없었다. 고민이 끝나기 전 신씨에게 생존자금이 쥐어졌다. 신씨는 “당장 직원 월급 걱정이 해결돼 다행”이라며 “남는 돈은 월세에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한 정육점 주인은 A씨(60)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아내와 단둘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없었고, 지난달 전국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초기보다 매출이 20% 정도 올랐다.
그렇더라도 매출은 들쑥날쑥했고, 월 임대료 106만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A씨는 “그래도 생존자금을 받고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며 “덕분에 지인들과 식사하면서 기분을 추스를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온라인으로 자영업자 생존자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 4일 오전 9시 기준 총 신청자는 40만명을 돌파했다. 방문 신청은 15일부터 접수해 30일 마감한다.
지난해 연매출 2억원 미만, 올해 2월 말 기준 서울에 6개월 이상 사업자등록을 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지원 대상이다. 심사를 통과한 자영업자는 2개월간 70만원씩 총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받는다. 단 유흥·향락·도박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실제 지급은 지난 4일 시작했다. 접수 순서에 따라 1만명을 대상으로 자격을 심사해 9073명에게 1차 지급을 마쳤다. 대상은 주로 연 매출 5000만원 미만의 영세 1인 자영업자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