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서원 징역 18년… 국정농단 장본인 단죄 마무리

입력 2020-06-12 04:02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5번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확정받았다. 그가 2016년 10월 31일 “죽을 죄를 지었다”며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해 긴급체포된 뒤 약 3년7개월 만의 최종 판단이다.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온 검찰과 박영수특검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367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서도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9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최씨의 중형 확정은 예고된 것이었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최씨의 형량을 감형하면서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었다. 최씨 때문에 국가 조직체계가 큰 혼란에 빠졌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사회적 갈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었다. 옥중 회고록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한 최씨도 “역사의 법정에서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실제 반전을 기대하진 않았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을 도와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비용 등 29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6년 11월 20일 구속 기소됐다. 그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여러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증언감정법위반, 증거인멸교사, 사기미수, 알선수재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다. 최씨는 2심까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었다. 최씨의 형량과 추징금 액수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소 줄어들었다.

특검과 검찰은 최씨의 형 확정 직후 이 부회장을 겨냥한 반응을 내놨다. 특검은 “현재 파기환송심 중인 이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검찰청에서도 “기업인의 승계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확정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는 입장문이 나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대가로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잘못된 판결의 전형으로 인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학사비리와 관련해 이미 징역 3년형이 확정돼 있었다. 가석방 없이 21년을 복역할 경우 최씨는 2037년 10월 81세의 나이로 석방된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는 다음 달 10일 내려진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