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마주한 서울 반포대로 8차로를 가운데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응원을 각각 부르짖는 맞불 집회가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검 정문 앞에 빨간색과 초록색 천막을 설치해 플래카드와 앰프를 보관하는 양측은 해질 녘이 되면 한쪽이 건너가 발언을 시작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정당성이 주된 쟁점인데, 법원과 검찰을 드나드는 법조인들은 “청와대 앞에 있던 진영이 이제 서초동에서 격돌한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 입구의 초록색 천막에서 ‘검찰총장사퇴 범국민응징본부’ 사람들이 나와 앰프를 들고 횡단보도를 통해 맞은편으로 건너갔다. 이들의 천막에는 “쿠데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라는 플래카드가 달렸다. 초록색과 2m 간격을 두고 떨어진 빨간색 천막에서도 ‘자유연대’ 사람들이 나왔다. 이들의 천막에는 “윤석열 검찰은 우리가 지킨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양측은 곧 구호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쪽으로 건너간 이들이 “윤석열 사퇴하라”고 하자 대검 쪽에 남은 이들은 “문재인(대통령)보고 자르라 하라”고 맞받았다. 이들의 말싸움 주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 사건 수사는 물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까지 다양했다.
먼저 천막을 세운 건 응징본부 측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초록색 천막을 설치했다. 윤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이들이 천막을 친다는 소식이 퍼지자, 같은 날 자유연대가 옆에 빨간 천막을 세웠다.
처음에는 천막 안에서 구호를 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충돌해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찰은 한쪽이 길을 건너도록 중재했다. 지난 1일부터는 응징본부가 길을 건너 서울중앙지검 서문 좌측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태도는 강고하지만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이기도 하다. 윤 총장 수호 기치를 내건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윤 총장의 자택 앞에서 협박성 인터넷 방송을 해 구속까지 됐던 이다. 맞은편 응징본부를 이끄는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해 7월 윤 총장의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뉴스타파를 비난했었다.
둘이 옷을 갈아입은 계기는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수사였다. 수사 이후 백 대표는 ‘서초동 집회’에 나와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발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윤 총장의 측근들이 지방으로 좌천된 뒤 “윤 총장 힘내라”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의 공방에 서울 서초동 직장인과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초동에 직장이 있다는 홍모(36)씨는 “너무 시끄러워서 지나다니기가 싫을 정도”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겠지만 때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은 종종 소음 측정을 하며 양측을 진정시키곤 한다. 집시법 시행령은 ‘피해자’가 위치한 건물의 외벽에서 1~3.5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하게 했다.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인 주간시간에 75데시벨(㏈)을 넘으면 확성기 사용을 제지할 수 있다. 다만 대검 외벽에서 측정한 이들의 소음 최대치는 72㏈이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허용된 소음은 윤 총장의 차량이 대검에서 빠져나갈 때 가장 높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