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너무 늦었다… 창녕 사건 재발 막으려면 사전 개입 시스템 필요”

입력 2020-06-12 04:01 수정 2020-06-12 08:30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장이 서울 강남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11일 경남 창녕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사전에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가정을 방문해보는 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DB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장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고제를 기반으로 하는 아동학대의 한계가 드러난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장 본부장은 “신고제가 학대 아동을 빨리 발견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신고 의무자의 신고율도 30%밖에 되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며 “피해 아동인 A양(9)의 경우도 신고가 너무 늦어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A양은 계부에게 학대당한 뒤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시민에 의해 신고됐다.

이번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학교에서도 A양의 학대 정황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본부장은 “올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작년과 비교하면 20% 정도 줄었다”며 “신고가 줄었다고 학대가 없는 게 아니라 학대 아동을 발견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양육수당과 같은 복지 서비스를 매개로 가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 주민센터의 업무가 너무 많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장 본부장은 “사전에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가정을 방문해보는 제도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A양은 친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위탁가정에 맡겼다가 계부와 재혼하면서 데려간 경우다. A양처럼 가정위탁을 받는 아동은 친부모와 아이가 원하면 원가정으로 복귀한다. 이때 원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장 본부장은 “엄마 혼자 키우다가 아빠가 생기면서 경제적 지원이 들어오는 등 완전가족체로 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원가정 복귀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 천안에서 아이를 가방에 감금한 사건과 관련해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눈높이가 다르고 양측의 업무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장 본부장은 판단했다.

그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경찰과 보호기관이 현장에 동행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돼 있다”며 “아이의 상태가 응급하다고 판단했다면 (부모와) 분리했을 텐데 경찰과 보호기관이 각자의 눈으로 봤고 서로가 주는 자료만 믿고 처리하다보니 분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대 의심 아동을 발견해도 당장 들여다볼 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향후 3년에 걸쳐 배치한다고 했는데, 장 본부장은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법무부가 부모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 장 본부장은 “실제 현장에 나가면 ‘훈육 차원에서 애 좀 때렸는데 뭐가 문제냐’고 저항하는 부모가 많다”며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법 개정에 그칠 게 아니라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훈육 방법을 부모에게 교육시키기 위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