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이기고 또 이기는 길”

입력 2020-06-12 04:04

도대체 이 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까? 세상의 지혜는 간단합니다. 이기는 자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류에 민감합니다. 돈을 버는 일, 권력을 쥐는 일, 인기를 얻는 일…. 이 모든 일이 내 힘으로 이기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달려갑니다. 돈 많고 권력 있고 영향력이 큰 자들과 교제하고 연대하는 길은 부족한 힘을 늘리는 변함없는 세상 지혜입니다. 세상에서 이기고자 하는 자들은 뱀처럼 지혜롭습니다. 부지런하기도 해서 졸지도 잠자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들보다 지혜로울 수 있을까요? 비둘기처럼 순결하기 위해 이들과 철저히 거리를 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성경 읽고 기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교회 사역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데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고 어울리는 데 시간을 써도 괜찮겠습니까? 문제는 교회 생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직분이 높아지고 교우들의 좋은 평판은 얻을지 모르나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에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저만치 멀어졌고 그들의 시선은 어느새 냉소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나와 교회는 정말 세상을 이긴 것일까요?

숱한 설교를 통해 듣는 말입니다. “믿음이 이깁니다.” “말씀이면 족합니다.” “기도에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뭘 이겼습니까? 정말 하나님이 아버지여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습니까? 날마다 기도했더니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간증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너희들이 세상에서는 환란을 만나지만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선포하셨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또한 그렇게 이겨서 여기까지 왔는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이겼고 앞으로 무엇을 이기려고 합니까?

사방을 둘러봐도 교회가 이긴 사람은 눈에 잘 안 보이고, 점점 더 교회를 외면하고 크리스천에 귀를 막는 사람들이 차고 넘칩니다. 어디서 빗나간 것입니까? 혹시 예수님 교회 모셔두고 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 아닙니까? 성령을 기도실에 묶어두고 바삐 뛰어나갔다가 스게와의 일곱 아들처럼 피투성이가 된 것 아닙니까?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셨는데 십자가가 무겁고 불편하다고 가벼운 목걸이만 걸고 나갔다가 실족한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이기고 또 이길 수밖에 없는 신앙의 길이 지고 또 질 수밖에 없는 불신앙의 길이 된 것 아닙니까?

믿음의 길이 이기고 또 이기는 까닭은 먼저 내가 나를 이기고, 나를 이긴 믿음이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구원은 죄악과 탐욕으로 가득한 나를 더이상 내 주인으로 삼지 않게 됐기에 자유하는 길입니다.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기에 구원입니다. 그래서 영생이고 그래서 천국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이미 이긴 것입니다. 구원받는 자들의 삶은 그야말로 자유하고 기뻐하고 열매맺는 일상입니다. 이 코로나 시대에도 다를 수 없습니다. 교회에 마음대로 모일 수가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 때나 지금이나 성도는 세상을 본받을 일도 없고 더더욱 세상을 따라갈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심할 일입니다. 이웃을 잃으면 다 잃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까닭은 그들에게도 이 생명, 이 사랑, 이 기쁨을 선물하는 영생을 알게 하고 받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것입니다. 이 일은 나를 이기고 세상을 이겨야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 소명을 놓치면 기독교는 박해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일 뿐입니다. 요한은 이기고 또 이겨서 진실을 보았습니다. ‘짐승과 그의 우상과 그의 이름의 수를 이기고 벗어난 자들’이 불이 섞인 유리 바다 저편에서 세상이 겪는 심판을 보았습니다(계15:2). 지금도 이 환상을 보지 않고 나와 세상을 이길 길은 없습니다.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