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머리 넣고 쇠 목줄 채웠어요”

입력 2020-06-11 04:03

‘창녕 프라이팬 학대’ 부모가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평소 쇠사슬 목줄을 채우고, 물고문까지 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A양(9) 목에 난 상처와 집에서 발견된 목줄 등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10일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부모가 평소에는 쇠사슬로 된 목줄에 묶어뒀다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 풀어줬다”는 취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진술했다.

A양은 또 “집에 있는 몽둥이 같은 것으로 맞았다”며 “욕실에서 물에 머리를 잠기게 해 숨을 못 쉬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 머리에는 찢어진 상처가, 눈에는 시커먼 멍 자국이 있다.

이밖에 A양은 “부모가 자주 밥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최근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빈혈증세가 나타나 수혈을 받았다.

A양은 지난달 29일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맨발로 경남 창녕의 거리를 배회하다 시민 신고로 경찰에 구조됐다. 머리에서는 피가 났고 손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어 오랜 학대에 시달려온 것처럼 보였다. A양은 경찰에 “계부가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졌고 2018년부터 최근까지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SBS 뉴스 화면 캡처

A양이 언급한 학대 도구들은 모두 집에서 실제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5일 A양의 집 압수수색 당시 사슬과 막대기, 프라이팬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 물품이 학대에 사용된 것이 맞는지 A양에게 확인하고 있다.

A양은 2015년부터 2년 동안 친모 C씨(27)와 떨어져 경남의 한 위탁가정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임신 중에 경제적 여력이 없었던 C씨가 아동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아 A양을 다른 가정의 집에서 살도록 한 것이다. 이후 C씨가 A양의 계부 B씨(35)와 결혼하면서 A양을 다시 데려와 키운 것으로 보인다.

A양 이 위탁가정을 ‘큰아빠 집’으로 알고 있으며, 지난달 자신을 구해줬던 시민에게 곧장 “집에 가기 싫다. 큰아빠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모와 같이 있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한다면 A양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위탁가정으로 보내지거나 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계부 B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딸이 말을 듣지 않아서 혼을 낸 적은 있지만 학대한 적은 없다”며 학대를 부인했다.

경찰은 11일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친모 C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B씨와 C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불구속 입건했지만, 조현병을 앓고 있는 C씨가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고 해 조사가 늦어졌다.

경찰은 A양 부모의 학대 시점과 강도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A양이 여러 가지 피해 진술을 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