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에도 내러티브 탄탄… 이 작품 안 할수 없었죠”

입력 2020-06-11 04:07

“과거에는 여성이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아직도 프로구단에 여성 선수가 입단한 사례가 없다는 걸 알고 프로 입단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세계가 궁금해졌죠.”

독립영화 ‘메기’에 이어 최근 JTBC 화제작 ‘이태원 클라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주영(29·사진)은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야구소녀’ 출연 계기를 이렇게 전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대본을 받고 나서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내러티브가 매우 탄탄했다”고 설명했다.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에서 유일한 여성인 수인의 성장 서사를 담담한 시퀀스로 담아낸 수작이다. 국내에선 흔치 않았던 여성 야구 선수의 프로 입단 과정을 그린다. 최고구속 134㎞에 남다른 볼 회전력까지 가진 수인은 프로팀에 입단하는 게 꿈이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기회도 잡지 못했던 수인은 야구부에 새 코치 진태(이준혁)가 부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최근 영화계에 불붙은 여성서사 영화 중에서도 ‘야구소녀’는 돋보이는 편이다. 기계적인 선악 구도나 신파 없이 타인의 시선을 이겨나가는 수인의 모습이 담긴다. “야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와 같은 갈고 닦은 대사가 백미다.

수인 캐릭터는 실제 프로 입단을 준비하던 여성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주영은 인터뷰 내용을 숙지하고 한 달간 고교 야구 선수들과 함께 신체 단련을 했다. 집에 돌아가서는 유튜브에서 국내외 선수들의 투구 장면을 찾아보며 캐릭터에 실재감을 덧입혔다. 이주영은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투구 자세가 선수들만큼은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2012년부터 장·단편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던 이주영은 최근 ‘이태원 클라쓰’에서 ‘단밤’의 당찬 요리사 마현이 역을 맡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다수 작품에서 쌓은 연기력에 힘입어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팬들이 꼽는 이주영의 장점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다. 불안한 청춘의 표상이었던 ‘메기’ 윤영 역이나 남모를 아픔을 극복한 마현이 등 그의 캐릭터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가 녹아있곤 했다. 이주영은 “새로운 평가를 듣는 작품에 끌린다”며 “‘야구소녀’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깨는 이야기이면서도 꿈을 가진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10, 20대는 물론 중·장년층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