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8년간 이어져온 에너지 절약운동마저 위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여름철 ‘문 열고 냉방’ 제한 캠페인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밀폐된 작은 가게에서 문을 닫고 냉방할 경우 전염 우려가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 열고 냉방 단속 여부는 물론 문 열고 냉방 캠페인을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까지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당초 산업부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예년처럼 문 열고 냉방 제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시민단체인 에너지시민연대가 연계해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복안을 짜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마주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결정했다. 공중보건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예기치 못한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문 열고 냉방 캠페인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진행됐다는 점이 산업부의 고민을 더한다. 해당 캠페인이 첫선을 보인 것은 2011년 9월 ‘블랙아웃’(대정전) 발생 이후인 2012년 여름부터다.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 캠페인은 ‘문 열고 난방 제한’ 캠페인으로도 이어지면서 매년 2회씩 진행하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산업부가 2016년 이후 최대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는 ‘에너지 제한 조치’를 여름철에 발동하지 않은 것도 캠페인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예년처럼 문 닫고 냉방을 권장할 수가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에어컨 사용 지침이 있기는 하다. 최소 2시간마다 한 번씩 에어컨을 끄고 1시간 동안 환기하라는 것이다. 이를 준용하면 된다지만 수시로 손님이 드나드는 상점 환경을 고려하면 강제하기 쉽지 않다.
올해 최악의 폭염이 예고됐다는 점도 개별 상점이 지침을 지키기 힘들게 만든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배 이상 많을 전망이다. 폭염 일수는 20~25일, 열대야는 12~17일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 2016년과 비슷한 환경이 연출될 거라는 분석이다. 2016년은 폭증한 전력 사용량 때문에 누진제가 개편되고 에너지 제한 조치가 마지막으로 발동됐던 때다. 산업부 관계자는 캠페인 및 행정조치 발동 여부와 관련해 “전력 예비율 등을 보고 판단해 보겠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