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75·사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한의 남북 연락 채널 차단과 관련해 “북한은 삐라(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삼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결여된 대남 자신감이 있다”며 “자신감 부족이 극렬한 적대감 표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10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판 간담회에서 “이번 일은 대북전단 살포를 하지 않기로 했던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의장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은 그나마 최고존엄에 대한 인민들의 존경으로 끌고 가는 건데, 직격탄으로 위선자니, 형님을 죽인 살인자니 이런 식의 삐라를 뿌리니 그렇잖아도 속이 터져서 화를 내고 싶은데 남쪽 삐라가 걸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일부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화를 내니 (우리 정부가) 벌벌 긴다는 식으로 보도하던데,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과의 연락 채널은 다시 연결될 것”이라며 “전화선을 가위로 잘라버린 게 아니라 그냥 안 받은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락 채널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의장은 회고록을 통해선 문재인정부가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본 탓에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정부 시절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일을 회상하며 “그때 만약 우리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간 실무선에서 과장, 국장, 차관보급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더라면 중간에 그 일(금강산관광)은 증발해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를 그저 저질러버리면 끝나는 일인데, 괜히 애먼 데 가서 ‘제재가 살아 있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는 바람에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유엔 대북제재와 전혀 무관한 사업인데, 괜히 물어봐서 춘치자명이 됐다”고 말했다.
손재호 박지훈 기자 sayho@kmib.co.kr